주문을 넣었을 때 화면에 보이던 가격과 실제 체결된 가격이 달라 당황스러운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 현상은 거래소의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시장의 유동성과 주문 처리 방식이라는 구조적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합니다.
슬리피지가 발생하는 구조적 이유
슬리피지는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사거나 팔아줄 상대방의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체결 오차’입니다.
- 호가창(Order Book)의 층 구조: 거래소의 호가창은 계단식으로 쌓여 있습니다. 만약 1,000원에 10개가 매물로 나와 있는데 내가 20개를 사려고 ‘시장가’ 주문을 넣는다면, 나머지 10개는 1,001원이나 1,002원 등 그다음으로 비싼 가격의 매물을 찾아가며 체결됩니다.
- 시장가 주문의 우선순위: 시장가 주문은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으니 지금 즉시 체결해달라”는 명령입니다. 시스템은 가장 유리한 가격부터 순차적으로 매물을 긁어모으는데, 주문량이 많을수록 호가창의 깊은 곳까지 건드리게 되어 평균 단가가 나빠집니다.
- 지연 시간(Latency)의 영향: 내가 ‘매수’ 버튼을 누르는 순간과 거래소 서버에 주문이 도달하는 순간 사이에는 아주 짧은 시차가 존재합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그 찰나에 앞선 호가가 사라지고 새로운 가격이 형성되어 예상치 못한 가격에 체결될 수 있습니다.
흔한 오해: “거래소가 의도적으로 가격을 조작한다?”
체결가가 불리하게 결정되면 거래소가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거나 가격을 조작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오해의 배경: 화면에 표시되는 ‘현재가’를 내가 무조건 거래할 수 있는 고정 가격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현재가는 단지 ‘직전에 거래된 가격’일 뿐, ‘내가 거래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닐 수 있습니다.
- 실제 논리: 슬리피지는 거래소가 가져가는 수익이 아닙니다. 이는 시장 내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호가 공백(Spread)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이며, 거래소는 그저 규칙에 따라 매칭을 진행할 뿐입니다.
슬리피지는 항상 불리하게만 작용할까?
대부분의 경우 슬리피지는 체결가를 불리하게 만들지만, 구조적으로는 반대 방향도 가능합니다. 이를 흔히 플러스 슬리피지(Positive Slippage)라고 부릅니다.
- 발생 조건: 시장가 주문을 넣는 순간, 내가 주문을 넣은 가격보다 더 유리한 방향으로 호가가 빠르게 이동할 경우 발생합니다.
- 예시: 매수 시장가 주문을 넣었는데, 주문이 체결되는 찰나에 매도 물량이 더 낮은 가격에 새로 유입되면 예상보다 낮은 평균 단가로 체결될 수 있습니다.
- 구조적 의미: 이는 거래소의 혜택이나 보상이 아니라, 호가창과 주문 처리 타이밍이 우연히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다만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불리한 슬리피지가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플러스 슬리피지를 기대하고 시장가 주문을 사용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핵심 요약: 거래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
슬리피지를 관리하는 것은 거래 비용을 줄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 유동성 확인: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호가 사이의 간격이 넓어 슬리피지가 훨씬 크게 발생합니다.
- 주문 방식의 선택: 슬리피지를 원천 차단하려면 지정가(Limit Order)를 써야 하지만, 가격이 급변할 때는 체결이 안 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시장가는 즉시 체결되지만 비용(슬리피지)이 발생합니다.
- 영향력 계산: 내 주문의 크기가 호가창에 쌓인 전체 물량에 비해 과도하게 크지 않은지 미리 가늠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슬리피지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질 비용 요소 중 하나입니다.
보다 전체적인 비용 구조는 [선물 거래 실질 비용] 페이지에서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